문학
[스크랩] 아내
테리(전재민)
2017. 4. 20. 11:54
아내
이십 년도 넘은
유행이 돌고 돌아
제자리에 멈춘듯한
연애 시절 양장을 입어 보며
그래도 아직 맞는다며
웃음 짓는 아내 앞에
난 마냥 웃을 수 없었습니다.
버리는걸 끔찍이도 여기는
아내 덕분에
여기저기 박스도 못
풀고 사는
아파트 생활이라
오래된 물건 찾으려면
아마도 상자에 들지 않았을까는
생각에 그저 마음을 비우지요.
아내 없이는 못
살겠다던
결혼 초엔 오리와 닭이 만난 듯
맞는 게 하나 없었지만
사랑 하나로 모든 걸 덮고
아들만 사랑하는 아내가
아들도 질투하느냐던 말이
마음에 화살 되어 박히고.
이젠 돌아갈 수 없는
수많은 시간 속에 박힌
후회스러운 돌들이 가슴에 응어리 되어
잘해야지 하면서도
입으론 오늘도 아픈 가시 하나 던져
아내 가슴에 꽂는다.
아름다웠던 순간들이
흑백팰림처럼 돌아가면
공중전화부스 전화처럼
점점 감은 멀어지고
들리지 않는 소리 잡으려
추억을 되새김질한다.
출처 : 캐나다 한국문인협회(KW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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