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중앙일보<전재민의 밴쿠버 편지>리치몬드 게리 포인트에서.
밴쿠버에서 해돋이를 찍는 것은 쉽지 않지만 석양을 찍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석양을 찍기 위해선 산에서 찍는 방법과 강물이나 바다을 이용해서 해가 바다에 마지막 빛을 발하는 순간을 찍는 것이다. 그 순간은 아주 짧고 그 순간을 놓치면 허탈함이 아주 크다. 때로는 날씨가 그것을 허용하지 않기도 하고 여건이 허락을 하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은 그만큼 매력적이라 뜻이기도 하다. 리치몬드에서는 아이오나 비치와 게리포인트 파크가 석양을 찍기에 아주 좋은 장소중에 하나이다.
많은 카메라 맨들이 반대 방향을 향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상하다 왜일까?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가르키는 곳에 바다사자 Seal이 소리를 질러 댄다. 뭔가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다고 항구쪽에서 사람들은 연신 비디오 카메라에 담고 난리다. 그런데 그걸 촬영하기 위해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게 됐다. 한 카메라 맨의 말에 의하면 10분후에 배에 일제히 불이 켜지면 장관이라고 했다. 그래서 석양을 등지고 카메라들이 기다리고 있었구나. 하지만 아직 불은 켜지지 않았고 난 석양을 찍고 집으로 돌아 가야 한다. 저녁 8시가 넘은 시간이니 집에 가서 저녁 먹어야지. 하면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쳐다보니 다들 편안하게 기다리고 있다. 이미 저녁을 먹고 온 듯 보였다.아름다운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서 길게 늘어 선 카메라 맨들을 보니 다음엔 꼭 나도 한 번 찍어 봐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게리포인트 파크는 리치몬드 No 1로드를 따라 아래로 내려 가다가 스티브 스톤을 만나서 우회전 그리고 세븐스 메비뉴를 따라 가다 보면채텀 스트리트를 만나게 되는 4웨이가 있는데 오른쪽으로 바다를 끼고 공원이 넓게 펼쳐진 것이 보인다. 이곳에서는 연중 연날리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산책하는 사람들 가족이 모래사장에서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이곳에서 부터 5키로 테라노바까지 이어지는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할 수 있는 강변도로가 있다. 오늘은 캐나다에서 처음으로 뱀을 봤다. 게리 포인트 파크에서 스티브 스톤을 지나 1키로 지점쯤 되는 곳에서 산책길 돌쌓은 곳 틈새에 많은 뱀을 볼 수 있었는데 지인의 말에 의하면 캐나다 가든 뱀이라고 한다. 한 마리도 아니고 때로 뭉쳐 있다가 스르르 기어 나와서 나한테 오는 것 같아 느낌이 아주 안 좋았었다. 어린 시절에도 모여 있는 뱀 도토리나무 밑에 똬리를 틀고 있던 독사등을 많이 봤다. 심지어 만화에서 집을 지키는 구렁이 얘기를 보고 우리 집에도 집 지키는 구렁이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백사이야기는 더 황당하다. 워낙에 빨라서 백사를 본 사람은 산 사람이 없다고 했다. 그런 백사를 잡았다고 신문에 나온 적이 있다고 했다. 어떤 사람들은 영물이라고 했다. 만화에서 뱀이 원수를 갚기 위해 문창호지를 뚫고 집으로 들어와서 사람을 해치는 장면이 나온다. 난 독사를 잡아다 시내에 팔기도 했고 많은 뱀을 낮으로 목을 쳐서 죽이기도 했지만 내가 잡은 뱀을 친구 아버님 드시라고 드렸는데 뚜가리에 뱀을 내장제거하고 몸통만 끓이는 와중에 몸통이 밖으로 기어 나왔다는 말에 다시 살아서 복수 하러 오면 어쩌지 하고 두려움에 떤 적도 있다. 두려움이 심하면 심할수록 더욱 과격하게 행동하게 된다. 지게 작대기 끝에 뽀죽한 쇠 꼬챙이를 달은 것이 친구네 집에 있었는데 그 지게 작대기로 뱀의 머리를 사정없이 찔러 대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사실 한국에서 살 때는 산에 올라 가지 않을 수 없고 들에 꼴을 베러 가야 하고 심지어는 고추밭에서도 독사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는 이야기에 늘 머리가 쭈뼛서고 긴장되었던 시골의 삶이었다. 콩밭에 들어 갈땐 장화를 신게 되고 아주 곳에나 철 푸덕 앉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다 캐나다에 와서는 도시 생활 때문인지 아니 산에 등산을 다닐 때도 한 번도 뱀을 본 적이 없다. 25년만에 처음 보는 캐나다 뱀은 아주 단체로 나를 환영했다.우리가 살고 있는 밴쿠버도 기후변화 때문에 뱀이 서식하게 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바다를 바라 보는 많은 사람들이 저 마다의 사연이 있겠지만 나처럼 조국이 그리워서 바다를 바라 보지는 않을 지. 사실 바다를 통해 조국에 가려면 한달이 넘게 걸리는 망망대해이지만 그래도 비릿한 바다 내음조차도 부산 바닷가에서 느꼈던 비릿한 바다내음처럼 정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