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노을
퇴근 길에 전철에서 마주하는 저녁 노을은 늘 같은 모습을 한 적이 없다.
날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하루를 힘들게 살았노라고 위로 하듯이 멋진 풍경을 펼쳐
온통 시선을 그리로 집중 시키는데 창을 닦지 않아 지저분해서 사진 찍기 힘들고 움직이는 전철에서
순간적으로 포착을 해야 하니 힘들다. 그래도 찍고 나면 흐뭇함이 남는다.
어제는 버스를 기다리는 중에도 하늘의 저녁 노을 향연을 보면서 너무도 아름다운 모습에
우리도 마지막 모습은 저리 아름다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버스가 집 가까이 와서 버스에서 내려서 하늘을 보니 아직도 빛나고 있는 노을이 구름에 걸쳐서 너무도 아름다운 색의 향연을 펼친다.
그래서 걸어서 3정거장의 거리를 걸어서 강변으로 갔다. 다리에서 저녘 노을을 잡고 있는 커다란 카메라의 카메라맨을 보고
옆에 서서 나도 노을을 담아 낸다.
그러다 더 강가로 내려 가고 싶어 진다.
물에 비친 노을을 잡고 싶은 거다. 물론 시간이 너무 늦은 것은 알지만 그래도 그러고 싶었다.
물이 빠진지 얼마 되지 않는지 뻘이 미끄덩 거렸다. 작업화를 신고 다니는데 주방에선 안 미끄럽지만 이렇게
진흙 투성이인 곳에선 미끄러웠다. 순간적으로 미끄덩....
엉겁결에 짚은 손도 엉덩이도 진흙투성이 대충 풀잎에 엉덩이를 닦아 보지만 영락없이 똥뭍은 바지 같다.
그래도 찍으려던 사진을 찍고 올라와서 먹는 물 급수대에서 손을 씻고 풀밭에 앉아서 바지을 닦아 본다.
그리고 터벅 터벅 집으로 돌아 오는 길.신호등을 기다리는데 차안에 사람들이 내 바지를 보는 것만 같다.
그러던가 말든가 오늘 하루 회사에서 힘들었던 모든 일들이 사라지는 것 같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니까. 다가가 잡으면 잡히기도 하니까.
물론 물을 움켜 잡듯 잘도 빠져 나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