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남, 짐승남
한때 짐승남이 유행했다. 가슴에 털이 많아야 남자 다운 모습으로 불리던 때가 있었고 근육을 팍팍 키워 뽀빠이 같은 모습을 해야 남자다운 때가 있었다. 이젠 실버스타가 되어 버린 할리우드의 근육질의 남자 배우들이 무거운 기관총을 한 손으로 들고 적을 모두 무찌르던 영화처럼 일명 깍두기라고 불리는 뒷골목 형님들이 양복으로도 감추지 못하던 근육질의 몸매가 뭇 여성들의 호감을 사던 시절도 있었다는 야그다.
요즘은 한류로 대표되는 케이팝 가수들과 아이돌 가수들이 다들 이쁜 외모를 하고 이것이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의 호텔에서 함께 근무하고 함께 학교를 다니던 친구가 있다. 그는 내가 이민오고 한 달 후에 밴쿠버에 나를 찾아왔다. 물론 그의 외모는 이쁘장한 것과는 거리가 좀 있다. 하지만 걸음걸이와 옷을 입는 취향 등에서 여성스러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아는 사람 하나 없던 밴쿠버에서 이민 초기 불안스러워하던 나를 찾아와서 2 베드룸에 어린아이 둘을 데리고 살고 있는 나를 찾아와 한 달을 함께 살다가 먼저 취직을 해서 밴쿠버로 방을 얻어 나갔다. 그는 다운타운 홀리데이인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기도 했는데 호텔에서 명절에 주는 터키나 기타 음식들을 가지고 우리 집에 들러주고 가기도 했다.
아이들은 삼촌 삼촌 하면서 그 친구를 따랐고 함께 공원에도 같이 다니고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함께 근무하던 한국식당에서 그는 일식 보조를 했고 난 주방에 한식 보조를 했다. 우린 둘 다 양식을 전공한 처지였지만 새로운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렇게 한국식당에서 일을 함께 했다. 사실 그가 식당 오너한테 소개해서 일하게 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주방장 S 씨가 그에게 게이 같다는 말을 해서 싸웠다. 난 친구에게 게이라고 한 S주방장이 미웠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믿는 바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친구가 결혼을 하지 않았으며 결혼할 생각도 없다는 것도 게이라고 놀리게 한 이유가 되었다. 그 후로 같이 주방에 일하던 Y 씨와 S주방장은 대판 주먹 쥐고 싸우는 사건이 있었다. 난 국수 반죽에 국수 뽑고 김치 담글 때 사장 누나의 도우미로 일을 하는 막내일 뿐이었다. 일식 도우미로 일하는 친구가 일식 기술을 배우니 나보다 나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한국에서 오성급 호텔에서 함께 양식 조리사로 근무하며 이미 10여 년의 경력이 있던 우리는 새로운 땅에서 그렇게 시작을 했다. 그가 일식당에서 일을 하고 메플 릿지로 가고 나서 연락이 뜸해지다 어느 날 연락이 뚝 끊겼다. 가끔 그의 안부를 묻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가 연락을 하지 않고 연락을 끊어 버리고 내 전화와 주소가 바뀌고 나서 우리는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사실 그 친구의 상황이 궁금하다.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혹시 한국으로 돌아간 것은 아닐까 하고 친구들을 통해 수소문해도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소문은 듣지 못했다. 캐나다에 산다면 한 번은 연락이 올 텐데 하면서 아쉬움과 나 살기 바빠 무심했던 나를 탓하기도 한다. 그가 게이라고 해도 난 그와 친구일 뿐이고 사람들이 손가락질한다고 해도 난 그를 이해한다.
한때 배우 송중기가 여성스러운 얼굴로 여자보다 더 여자같은 남자 배우로 인기를 끌었다. 지금은 세계적인 가수 그룹으로 성장한 방탄소년단에도 여성스러운 얼굴로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가수가 있다. 물론 그만 그런 것이 아니고 요즘의 트렌드라 해도 될 정도로 요즘은 남자 가수들이 여성스럽다고 해야 한다. 남자도 화장을 하고 좋은 인상을 가지기 위해 성형을 하는 시대이다. 그것은 아마도 페이스북처럼 SNS에 얼굴이 노출되면서 더욱더 심해지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성격 나쁜 것은 용서해도 못생긴 것은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은 처음 봐서 성격을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연기자나 가수도 요즘은 죄다 미인 미남 시대이다. 웬만한 얼굴로는 미인이다. 미남이다 하기 힘든 시대. 물론 소유 미남, 미녀들의 표준을 통해 성형을 하니 비슷비슷한 외모를 가지게 된 것이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그에 비하면 웃겨야 사는 코미디언들의 세계엔 정말 울퉁불퉁하게 생긴 외모의 사람들이 많다. 웃기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하는 직업에서는 생긴 것만으로도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것은 타고난 복이다.
세상엔 비슷한 얼굴을 가진 사람도 많다. 성형으로 아주 똑같다 싶을 정도의 싱크료율을 가진 도플갱어도 많은데 이는 성형 기술의 발달이 가져온 결과이기도 하다. 쌍둥이가 아닌데 쌍둥이인 경우가 많은 것이다. 최근 아이유와 아주 비슷한 중국 여자 때문에 인터넷을 달군 것도 외모지상주의가 낳은 폐해이다. 아이유랑 비슷한 행동까지 따라 해서 복제인간 같은 느낌이 들었던 중국 여자. 역시 중국은 짝퉁의 천국이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물건만 짝퉁이 아니고 TV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가수까지 복사해내 짝퉁을 만드는구나 싶었다.
한때 광고에 울퉁불퉁 못생겨도 맛은 좋다는 초코렛 광고가 있었다. 중요한 것은 실력이지 생긴 것이 아니다고 늘 말은 하지만 일단 첫인상을 보게 되고 미남 미녀에게 눈길이 한 번 더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나만의 특징이 없는 사람은 결국 로봇과 다를 게 없다. 나를 다듬과 가꾸어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온라인이 주류인 세상에서 살아남는 것이 아닐까? 뽀빠이 이상룡 아저씨의 울퉁불퉁한 근육이 선망의 대상이었던 시대에서 매끈한 몸매가 선망의 대상인 시대, 된장이면 된장 맛을 내고 고추는 매워야 하는 자연의 섭리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나는 나일 때가 가장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