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민의 밴쿠버 사는 이야기

도올 - 김용옥님 글(서문)

테리(전재민) 2005. 4. 14. 04:24

 

 

 

나는 과연 어떤 종교를 믿는 사람일까?

 

나는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나의 어머니는 이화학당을 다니면서 개화의 물결의 선두에 섰고

나의 아버지 역시 휘문고보 시절부터 기독교야말로

우리민족을 구원할 수 있는 유맇란 소망이라는 믿음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개화된 의사집안 광제병원 일가의 막둥이로 태어난

나는 태어나자마자 유아세례를 받았고 장성하여서는 목사가 되기 위해

신학대학까지 들어갔다.

 

그렇지만 우리 집안은 증조부가 구한말에 종이품까지 지낸 사람이고

할아버지도 과거에 급제하고 동북군수까지 하다 일제합병을 당했으니,

아주 고지식한 전통적 사대부 가문의 유교적 풍토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분위기에 철저히 물들어져 있었다.

 

 

그것이 내가 지금 한시가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漢學의 소양의 밑거름이 되었다.

 

다시 말해서 유교의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는

四書三經 나부랑이가 머리속에 가득차 있는 것이다.

 

그런데 또 내가 학문을 하겠다는 실존적 자각을 하게되고 부터

나의 사유의 출발이 된 경전은 유교경전이 아닌,도가경전이다.

다시 말해서 나의 학문의 직통은 노자와 장자

즉 노장사상이다.

 

나의 기철학의 출발이 -노자도덕경-에서부터 이루어졌다는 것은

내가 누누이 언명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학문적으로 노장철학 방면에 있어서는

세계적으로 어느 누구도 범치못할 확고한 문헌실력과 학문방법을 다져왔다.

 

뿐만 아니라 나는 춘추제가 경전중에서 외도라 할 수 있는

한비자,묵자,순자,회남자,손자,내경등의

외경을 폭넓게 공부했으니 法家,墨家,陰陽家라고 말해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대학시절부터 이미 삭발하고 절간에 들어가

입산수도하는 승려의 체험을 했고

또 대장경이라는 방대한 서물속에서 허우적 거린지도

벌써 30년을 지냈을 뿐 아니라,

불교계에 파문을 던지는 적지않은 서적을 썼고

여기저기 대찰에서 설법을 하는 위치에 서게 되었으니

독실한 불자라 말해도 그리 이상할 것이 없다.

 

당신은 기독교인이요?

         불교인이요?  유교인이요?   도교인이요?   선교인이요?   천도교인이요?

         원불교인이요?  역술가요?   침술가요?     명리가요?    

         도대체 뭐요?

 

도대체 내 종교가 무엇인가?

나는 과연 어떤 종교의 사람이라 해야 할 것인가?

이런 질문은 정말 나를 곤혹스럽게 만든다.

 

나와 같은 삶의 역정을 가진 사람이

타인에게 줄 수 있는 혼란은 쉽게 이해가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곤혹스러운 것은 내가 아니다.

바로 그러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그 사람들이 곤혹스러운 것이다.

 

"당신의 종교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은 그 당신이 꼭 어느 특정 종교의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전제를 가질 때만이 성립할 수 있는 질문이다.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을 위하여 간결하고 소박하게

나의 평소 견해를 여기 밝히려 한다.

 

이것은 바로 금강경이라는 서물을 이해하는데 큰 도운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내가 나의 인생을 살아온 자그마한 실존적 원칙 같은 것이라서

많은 사람에게 여실하게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시대에 같은 공기를 들여마시고 사는

한 사람이 생각하고 살아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요즈음 같이 자유로운 "민주세상"에 한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살고 있다는 그 여실한 모습이야.

범법을 하지 않는 이상,어찌 해볼 도리도 없는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