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얘 저게 뭐니, 응"
"개구리 다 개구리야."
출입문 옆에서 잔뜩 도사리고 앉아 있던 개구리는 눈을 꿈벅거리며 자못 신기한 표정이었어.
개구리를 향해 일제히 눈을 돌린 사람들의 표정은 다소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고
재잘대던 짧은 반바지 차림에 등도 반쯤 보일듯 한 쟈켓을 입은 대학생 같아 보이는 아가씨들의 소동도
잘깐 일뿐 다른 칸으로 가고
졸던 아저씨,아줌마들도 창가로시선을 옮기고 있었어.
창밖에는 아직도 비가 많이 오고 있었고 지하철은 부천역에 닿았어.
평소보다 사람들은 적었지.왜냐구 한낮인데다가 지금은 8월이니까 모두
피서 떠나고, 방학이라 시골 내려가고 해서 서울 인구 아니 인천주변까지 인구가 팍팍 줄어버린거야.
서울에 집살돈은 커녕 전세도 들어 가기 힘든 돈을 가지고
이쪽으로 몰려든 시골 출신들이 모두 고향 앞으로 가고 있었지.
나같이 피서도, 방학도 없이 출근하는 사람도 상당수 있긴 하지만 말야.
사람들은 모두가 피해의식에 사로 잡혀 있었어.
왠줄 알아. 처음 서울에 올라 왔을때만 해도 눈뜨고도 코베인다는
서울의 삭막함을 몰랐었어.
그런데 말야 서울역 앞 다방에서 목이 말라 음료수 한잔 마시려는데
구두닦는 사람이 와서 "구두 닦으쇼"하는 거야 거 꽤나 비싸겠다 생각도 들고 좀체 구두 잘 닦지도 않는 터라
그냥 "아니요, 됐어요" 했거든 그랬더니 인상을 일그러 트리며 "그러지 말고 닦어." 하는 거야.
반협박 반공갈이었지 뭐. 그래도 안닦았어.
그리고 커피 한잔 마시고 나오는데 왜그리 찝찝하던지 그놈의 커피 되게 쓰더라고 아마 설탕을 안탔었나봐.
군에선 커피 많이 탔었는데 왜 서울와서 주눅 들었는지 안되더라구.
얘기가 초장부터 딴데로 새면 야그가 재미없어지잖아. 지하철에서 개구리를 쳐다보던 눈들은 혹은 감고
혹은 신문을 보며 있을때 남영역에 도착한거야.
그동안 개구리는 꼼작않고 있다가 내가 다가가자 얼른 펄쩍 뛰어 밖으로 뛰었는데 틈새로 빠져 철길로 떨어진거야.
그놈 죽은건 아닐까? 아니야 개구리의 점프 실력은 상당하니까 상관없어.
서울역에서 버스로 갈아타고 이태원 해밀턴 호텔앞에서 내린것은 저녁때라 생각이 들정도의 늦은 시각...
하지만 8월의 태양은 아직 이글 이글타고 있었어.
이태원도 이젠 사양길에 접어 들었는지 갈수록 사람이 줄고 있었어.
거기다 미군까지 평택으로 이사가고 나면 저 양색시들도 따라 가려나.
"C클럽" 나이트클럽치고 장사 잘되는 곳 없는 8월인데도 호텔 나이트 글럽은 괜찮게 된다지 아마.
그나저나 우리 나이트 렆럽 이러다 문닫게 되는거 아야 이거.
"안녕하세요. 주방장 아저씨."
"그래 일찍 일어 났구나.'
"일찍은요 뭐"
야 고순진...."사장님 나오셨냐?"
"아니요 아까 전화 왔었어요.우리 뮤직 박스 턴 테이블 새로 사야겠으니 좀 늦을 거라고요."
"뭐 턴테이블,턴 테이블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주방이나 좀 넓히고 현대식으로 바꾸라고 해."
"주방이라고는 가정집 부엌같으니. 에이 다른데 어디 자리를 알아 보던지 해야지."
오래된 노트를 뒤지다 찾아낸 1987년경의 나의 자화상을 담은 글을 발견한 아내가 건네준 빛바랜 노트를 보니
다시 그시절로 돌아 간듯 하다. 이태원 스탠드바에서 잠깐이지만 일하던 그때 그시절 아니면 경험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
요리학원나와서 2번째로 일하던곳... 첫번째는 신림동 사거리에 양식당 화장실이 식당밖에 있는데 밖에서 문을 걸어 버리고
조그만 룸에서 생활해서 일주일만에 그만두고 학원에 집보따리 싸들고 가서 다른데 자리 알아 봐달라고 하고 간곳이 이태원인데
그곳은 한술 더떴으니....3개월 일하고 한푼 못받고 무사히 빠져 나온걸 감사해야 했던 그때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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