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놀이
전재민
불장난하면 오줌싼다고
이불 위에 지도 그리면 키 쓰고
소금 얻으러 가야 한다고
그래도 우린 대보름엔
깡통을 무쇠 부엌칼로 뚫어
솔가지 넣고 쥐불놀이했지.
활활 타오르는 불꽃 옆에서 보면
가슴으로 타오르는 듯 하고
멀리서 보면 그리 정겨울 수가 없는
아궁이서 고춧대 태우면
매워서 화생방전 방불케 하고
참나무 장작 태우면 향기조차
그윽한.
풍로로 왕겨불 피우면 벌겋게 달아오르는
불빛이 날 끌어 당기는 듯
눈엔 온통 왕겨 불이었던.
아카시아 가시가 타들어 가듯
우리 마음속 가시도 사라져 가고
호롱불 아래 흔들리는 그림자처럼
반딧불 잡아 어둠 밝히겠다고
뛰어다니던 그 곳 있었던 곳이었기는 한 것인지
남폿불 들고 찾아 나선 어둠속에서
잊어버린 것은 오히려 송두리째 도둑맞은
우리 마음.
호롱불 심지가 타들어 가듯
내 어머니 가슴도 타들어 갔을
육성회비 내는 날
팬티가 뭔지도 모르고
홑바지에 늘 아랫배 아파
헤매던 그 시절엔 휴지조차
없었던 날들.
촛불이 타들어 간다.
굳이 촛불을 켤 일도 없는데
기도한다고 촛불을 켠다.
내 마음이 타들어 가야
조그만 빛이라도 밝힐 수 있으려나
훨훨 춤추듯 타오르는 장작불처럼
마음이 타들어 간다.
어쩌자고 팔다리 부속품은 말을 안 듣는데
마음은 갈수록 타들어 가서
끝도 없이 타들어 가서
냉수 한 사발론 어림없는
불길이 되어.
출처 : 캐나다 한국문인협회(KWAC)
글쓴이 : 테리(전재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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