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스크랩] 불놀이

테리(전재민) 2017. 5. 9. 12:07

불놀이 


               전재민

불장난하면 오줌싼다고 
이불 위에 지도 그리면  쓰고 
소금 얻으러 가야 한다고 
그래도 우린 대보름엔

깡통을 무쇠 부엌칼로 뚫어
솔가지 넣고 쥐불놀이했지
활활 타오르는 불꽃 옆에서 보면 
가슴으로 타오르는  하고 
멀리서 보면 그리 정겨울 수가 없는 

아궁이서 고춧대 태우면 
매워서 화생방전  방불케 하고 
참나무 장작 태우면 향기조차 
그윽한
풍로로 왕겨불 피우면 벌겋게 달아오르는 
불빛이 끌어 당기는  

눈엔 온통 왕겨 불이었던
아카시아 가시가 타들어 가듯 
우리 마음속 가시도 사라져 가고 

호롱불 아래 흔들리는 그림자처럼 
반딧불 잡아 어둠 밝히겠다고 
뛰어다니던  있었던 곳이었기는  것인지 
남폿불 들고 찾아 나선 어둠속에서 
잊어버린 것은 오히려 송두리째 도둑맞은 
우리 마음

호롱불 심지가 타들어 가듯 
어머니 가슴도 타들어 갔을 
육성회비 내는   
팬티가 뭔지도 모르고 
홑바지에  아랫배 아파 
헤매던  시절엔 휴지조차 
없었던 날들

촛불이 타들어 간다
굳이 촛불을  일도 없는데 
기도한다고 촛불을 켠다
마음이 타들어 가야 
조그만 빛이라도 밝힐  있으려나 
훨훨 춤추듯 타오르는 장작불처럼 
마음이 타들어 간다
어쩌자고 팔다리 부속품은 말을  듣는데 
마음은 갈수록 타들어 가서 
끝도 없이 타들어 가서 
냉수 사발론 어림없는 
불길이 되어.



출처 : 캐나다 한국문인협회(KW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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